자유게시판
33살에 도보 481km 종주 감행 1일차
去년 12월 인도 출장에서 돌아와 자가격리하던 중에 인터넷에서 여행기 하나를 읽게 됐어.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간 거더라. 대학생 때부터 국토종주를 해보고 싶었는데 당시엔 테니스 동아리에 미쳐가지고 못 했거든. 근데 지금 나이가 33살인데 이거 안 하면 영영 못할 것 같아서 결심했지. 2주 전에 다녀왔고 몸도 어느정도 회복됐으니 이제 글을 남겨본다.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면 좋겠어.
【 1일차: 서울역 → 금정역 27.6km 】
경기도 집 때문에 서울 사는 동생 집에서 자고 4호선 타고 서울역 도착. 날씨가 미친듯이 좋았고 그때는 '이 정도면 껌이지' 이렇게 생각했음. 한심하지만 ㅋㅋ
원효대교로 한강 건너가면서 멀리 보이는 63빌딩이 맞나 싶으면서 봤고,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었는데 더위는 있어도 그 시원함이 좋았어.
길을 가다가 어디서 본 현대 건물을 마주쳤는데 이거 나중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음. 볼게 많대더라.
보라매공원 앞을 지났는데 한글 안내판 이런 거 진짜 좋음. 흰색이라 때타기는 했지만 차타고 가면서 보니까 꽤 예뻐 보여. (고향이 청주라서 그 생각 나면서 대머리공원이라는 이름 때문에 웃음)
온정돈까스라고 하는 가게 발견. BJ들이 도전 때리던 그 유명한 집이더라. 가게 앞에 "촬영은 사전협의 요청" 이렇게 붙어있음. 인터넷 댓글이 난장판인데 난 그냥 평범한 돈까스만 시켰어. 소스 맛은 옛날 경양식 스타일. 3킬로를 돌아서 먹은 보람이 있더라. 주인아저씨도 생각보다 친절했음.
벚꽃로 6길을 지나니까 시흥사거리가 나왔어. 근데 어? 내가 시흥시 사람인데 서울에도 시흥동이 있다고? 신기했음.
계속 걸어 걸어 안양 표지판 봤을 때 오 서울 벌써 나갔나 이런 감동받긴 했는데, 발바닥은 이미 타는 중이었음.
삼성교를 건널 때 라이더들 장난 아니게 많이 나와있었음. 뒤에 산이 보이는데 어딘지 몰라서 그냥 사진만 찍었음.
전자기기 판매점 앞에 만국기가 걸려있는 거 봤어. 초등학교 운동회 이후로 진짜 오랜만이더라. 국기 중에 대만 국기가 제일 많네. Taiwan No.1
길에 버려진 꽃을 봤는데 누가 고백했다가 차인 건 아닐까 싶었음. 불쌍하더라.
황대헌 선수가 안양 출신이라는 거 이때 처음 알았음. 동계올림픽 영웅인데 고생하셨다.
금정역이 거의 다 보일 때쯤 밤이 됐음. 안양을 나가며 군포와 인사했음.
코로나 때문에 찜질방은 포기하고 미리 예약해둔 모텔로. 3만원이니 괜찮지. 바로 쓰러져 자버림.
내일은 오산시청까지 걸어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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