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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은하수 여행-거제도

ㅇㅇㅇ· 2026.03.24 22:58· 조회 3468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지나가고 2019년이 왔을때, 올해는 조금 일찍 은하수를 찾아나서고 싶었다. 3월 말부터 쉬는 날만 되면 달의 위치를 확인하고 날씨를 체크했는데 올해는 정말 이상하게도 달이 밝지 않은 주말만 되면 날씨가 안좋았다. 그렇게 3월이 가고 4월이 가고...나는 솔직히 안달이 나다 못해 애꿎은 날씨에게 살짝 짜증까지 나려했다. 그리고 지난 5월 4,5,6일 연휴... 5월 4일 밤과 5월 5일 새벽은 비는 안오지만 구름낀 하늘을 일기예보가 보여주고 있었다. 거의 30분 간격으로 일기예보만 확인하던 중 그나마 5일 밤과 6일 새벽이 약간 애매하지만 희망도 보이는 그런 상황이었다.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날씨에 그저 '운'에 맡기고 인천에서 거제도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시간적으로도 크나큰 리스크를 감수하는 말 그대로 도박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대로 집에만 있기엔 내 마음이 너무 흥분해있었다. 날씨가 안좋으면 그저, 조금 멀리 산책나온 셈 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고현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내내 바깥의 날씨는 맑긴 하지만 구름이 적당히 끼어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좋은 날씨긴 하나 별사진을 찍으려면 하늘에 최대한 구름이 없는 것이 좋은데... 4시간 20분 여를 달려 고현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해금강까지 들어가야한다. 55번이나 55-1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거제에 도착하자 구름이 거의 없는 매우 좋은 하늘이 펼쳐졌다. 이때부터는 내 마음에 낀 불안한 구름도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운이 좋다면, 상당히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속으로 집에 있었다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불안에서 설렘으로 전환되는 순간. 우선 날이 밝을때 포인트를 물색하기로 했다. 첫번째로 해금강의 신선대. 경남권에서 이미 유명한 출사지중 한 곳이다. 두번째로 바람의 언덕.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은 서로 나름 가까운 곳에 위치해서 양쪽 모두 사진 포인트로 삼을 계획이다. 와 진짜 날씨 끝내준다. 끊임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래들어 제일 기분이 좋았던 날이다. 바람의 언덕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신선대로 왔다. 여기가 내가 정한 첫번째 신선대 포인트. 다만 여기서 사진을 찍다보면 분명 밤중에 왕래하는 낚시꾼이나 사진사들의 불빛이 사진에 영향을 줄 것 같았다. 실제 다른 사진들도 여기보다는 사진에 나오진 않았으나 사진상 우측 아래의 움푹 들어간 해변같은 곳에서 찍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되도록이면 나도 그쪽에서 찍고 싶었다. 포인트 물색을 대충 끝내고 주변 카페에서 해가 지고 별들이 떠오르길 기다렸다. 처음에는 엔제리너스에서...엔제리너스 마감시간이 되자 투썸플레이스에서... 투썸도 마감시간이 되고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관광지긴 하나 도심이 아니라 마감을 좀 일찍 하는듯 했다. 신선대로 돌아가서 그 해변같은 포인트로 가려고 했는데 해지고 나니 이건 뭐 가다가 바다에 빠져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른 사진사들이 찍은 사진 속의 포인트가 맞긴 한가? 다른 안전한 길이 있는건가? 잠깐 고민하다가 미련없이 퇴각해서 처음에 생각했던 그 나무 울타리쪽으로 이동했다. 그 편이 바람의 언덕과의 왕래도 편할 것 같았다. 밤이 깊어오는데, 하늘에 얕은 구름이 꼈다. 육안으로 큰 별들은 관측이 되고 사진에도 큰 별들은 찍히지만 이대로라면 은하수는 찍기가 많이 어려울 것 같았다. 자정 이후로는 중부지방부터 차차 하늘이 열릴 것이라는 예보만 믿고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물러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경험상,밤에 구름이 끼고 이슬비가 내렸다가도 자정 이후 새벽에 갑자기 하늘이 열려서 기막힌 사진을 찍은 적도 있었기에 한가닥 희망을 놔버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은하수가 뜨기 시작할 새벽 1시쯤이 되고.... 기적처럼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여름철 대표 별자리이자 내가 은하수의 위치를 육안으로 어림짐작하는 기준인 전갈자리가 떠오르고... 왼쪽 숲 위로 희미하게 올해 첫 은하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https://youtu.be/p-qCBzZjY1s (볼빨간 사춘기-별 보러 갈래?) 새벽이 깊을수록 구름은 점점 걷혀 하늘이 맑아지고 은하수는 더욱 또렷하게 떠올랐다. 바다쪽과 근처 마을에서 올라오는 광해가 제법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육안으로도 은하수가 보였다. 이렇게 맑은 날은 흔치 않은데... 새벽 2시경... 은하수의 중심부까지 확실하게 보인다. 그리고 신선대 근처에서 낚시를 하던 강태공들도 모두 철수해서 가까운 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배에서 나오는 빛과 가까운 마을의 광해를 제외하면 거슬리는 불빛도 없어서 좋았다. 다만 한가지 걱정되었던 것이, 카메라 한대는 신선대에 인터벌 촬영을 설정해두고 다른 카메라로 바람의 언덕을 촬영할 계획이었는데 둘이 가까운 거리라곤 하지만 나름 고가의 장비를 놔두고 자리를 비운다는건 크나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돌연 강풍이 불어 삼각대가 쓰러져 카메라가 망가질 수도 있고 혹은 새벽시간이고 근처에 인기척이 없다지만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이 카메라에 손을 댈 수도 있기에... 그런 다소의 위험부담을 안고 바람의 언덕에 다녀와야하나 생각중이던 차에 다른 사진사 아저씨가 날 보고 인사를 건넸다. 별은 처음 찍어본다고 했던가, 은하수를 처음 찍어본다고 했던가... 내가 사진에 있어 엄청난 고수는 아니지만 내가 아는 한에서 은하수 촬영법을 알려드리고 잠시 다른 포인트에 다녀온다며 잠시 제 카메라좀 부탁드린다고(쓰러지거나 누가 훔치지 않나 봐달라고) 한 뒤 급히 바람의 언덕으로 갔다. 풍차를 배경으로 한 은하수... 주변 마을에서 어마어마한 광해가 올라옴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에 선명히 담긴다. 그저 아름답다,예쁘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된다. 황홀한 감정이 내 안에서 솟구쳐오른다. 흔히 말하는 새벽감성과 올해 첫 은하수를 마주한 내 마음이 어떤 시너지를 이룬 것일까. 다사다난한 어지러웠던 2018년을 보내고 2019년,지금까지 나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많이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애초에도 성격이 아주 좋은 사람은 아니었으나 근래들어 더더욱... 가슴 속에 화가 많아지고 불안함에 요동치는 그런 상태. 그러나 이 시원하고 상쾌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밤하늘을 예쁘게 수놓는 이 수많은 별들을 마주했던 순간은 마이너스의 감정들을 은하수에 실어 저 아득한 곳으로,내 마음이 닿지 않는 곳으로 보낸 것만 같았다. 내가 하는 모든 생각들,밤하늘의 별들이 들려주는 그 모든 이야기들이 파스텔 톤의 동화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해가 뜨고나면 사라질 마법에 걸린 시간... 밤새 별을 찍다보면 우연찮게 얻어걸리는 사진들도 있다. 이때가 아마 물병자리 유성우의 극대기쯤인걸로 아는데 사진에 굵직한 유성이 하나 찍혀있다. 다른 사진들에도 유성이 찍힌게 몇장 있고 육안으로도 한두개 봤는데 이토록 큼직하고 선명한 유성이 사진에 담긴건 이번이 처음이다. 새벽 세시반쯤? 은하수가 바다의 중간에 걸려있다. 그리고 서서히 동이 트고 은하수가 멀어져간다. 이제 밤하늘의 별들이 걸어준 마법에서 깰 시간... 여명을 조명삼아 장비들을 챙기고 첫 버스를 타고 고현 터미널로 복귀했다. 연휴의 마지막이라 그런지 고현에서 서울로 가는 직행버스가 모조리 매진되어 잠시 당황했으나 진주를 거쳐 인천으로 가는 코스로 예매하여 너무 늦지않게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한 후유증은 자꾸 날 미소짓게 만든다. 다소 도박이라고 생각했던 2019년 첫번째 은하수 여행 역대급의 날씨와 은하수를 보았고,그저 행복했다.
댓글 7
gg03-24
멋있다. 나도 담에 가봐야지ㅋ
ㄹㄴㅊㅅ(238.59)03-24
ㅎㅎ 모르는 사람인데도 같이 사진 찍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는게 미담이네.
gg03-24
군대에서 은하수 봣을땐 저래 안선명햇는데 멋잇네
ㅜㅜ03-24
정성보소
ㅇㅅ03-25
ㅎㄷㄷㄷ
ㄱㅇㅅㄴ03-25
힛갤러리에 등록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zdrg(235.104)03-25
와 진짜 너무 이쁘다 별이 저렇게 크게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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