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평범한 스펙도 이거 알면 끝
미생 드라마를 다시 봤는데 처음 사회생활하던 때가 계속 떠올랐다. 정치 얘기가 요즘 핫한데, 좀 다른 주제로 회사생활과 IT 업계에서 배운 거 얘기해볼까 한다. 특히 취준생 분들이 보면 도움될 거 같은데, 클리앙 특성상 그 연령대가 별로 없을 거 같다 ㅋㅋ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을 보면 문과 취업 시장은 이미 극악이었다. 대기업을 노린다면 학점 4.0은 기본, 토익 고득점은 필수, 인턴까지 있어야 서류가 먹혀들어갔다. 없으면 아무리 학벌이 좋아도 떨어진다.
내 스펙은? 솔직히 평범했다.
학점 3.5
토익스피킹 6급
인턴 경험 없음
4학년 때도 취준보다는 보드 동아리 부회장이랑 PC방 알바로 떼우고 다녔다. 친구들이 '너 재수할 거 아냐?'라고 진지하게 걱정할 정도였다.
다행히 그때가 블라인드 채용이 펴지던 시기였다. 학점보다 자소서를 보는 회사들이 늘어났고, 덕분에 내가 지원한 회사 중 절반 이상에서 서류가 떨어지지 않았다. 인적성도 대부분 통과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글을 잘 써서라기보다, 회사가 왜 그런 질문을 던지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 때문인 것 같다. 소설과 영화를 좋아했는데, 화려한 액션보다 주인공이 극한에서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보는 게 좋았다. 덕분에 자소서 쓸 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회사는 왜 나한테 이거 묻는 걸까?'
취준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자소서와 면접은 자신의 장점을 늘어놓는 자리가 아니다. 질문의 진짜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회사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거의 모든 질문은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이 우리 조직에서 함께 일할 수 있을까?'
면접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는 거다.
옛날에 취업 컨설팅을 부업으로 할 때의 얘기다.
내가 담당했던 학생 대부분이 원하는 회사에 붙었다. 3N이나 카카오 같은 곳도 있었다. 근데 가장 스펙이 좋았던 A학생은 떨어졌고, 지방대 나온 B학생은 원하던 회사에 한 번에 합격했다.
뭐가 달랐을까? 스펙이 아니었다. 회사가 왜 그 질문을 던졌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의 차이였다.
자소서에서 정말 자주 나오는 게 '창의적인 경험'이다.
많은 지원자들은 이걸 받으면 자신이 얼마나 남다른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근데 회사가 보려는 건 창의성 그 자체가 아니다.
업무하다 문제가 터졌을 때
- 그걸 어떻게 인식했는지
- 어떻게 풀었는지
- 뭘 배웠는지
- 같은 상황이 또 오면 어떻게 할 건지
이런 사고 과정을 보고 싶어 하는 거다. 그걸 보면서 면접관은 '이 사람이 들어오면 이런 업무 줄 때 이 정도 값어치가 있겠네'라고 생각한다.
A학생이 인턴 경험을 최대한 멋지게 포장했다면, B학생은 신용카드 고객센터에서 겪은 평범한 상담 사례를 얘기했다.
고객 불만을 어떻게 파악했고, 어떻게 대응했으며, 거기서 뭘 배웠고, 입사 후 어떻게 쓸 수 있을지를 착착 설명했다.
질문의 본질을 이해한 건 B학생이었다. 회사가 원했던 건 '멋진 경력'이 아니라 '문제 푸는 방식'이었으니까.
또 자주 나오는 게 '자신의 장단점'이다.
내가 준비하던 때는 '단점처럼 안 들리는 단점을 답하는 게 정석'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난 지금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본질은 단점을 캐내려는 게 아니다.
회사는 이 질문으로 지원자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인지, 그리고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를 본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지, 그걸 개선하기 위해 뭘 했는지, 자신의 강점을 실제 일에서 어떻게 활용할지까지 연결해서 말할 수 있는지를 보려는 거다.
취준하다 보면 사람들이 '뭐라고 답할까?'만 고민한다. 근데 먼저 할 질문이 있다.
'회사는 왜 이걸 묻는 거야?'
그 질문의 본질을 깨닫는 순간, 자소서 쓰는 방식도 면접 답변도 자연스럽게 변한다.
취업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이거라고 난 믿는다.
특히 IT 업계에서는 이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난다.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내가 좋아 보이는 기능'을 집어넣는 실수가 자주 난다. 근데 사용자는 개발자나 기획자 취향에는 관심이 없다. 중요한 건 '고객이 어떻게 봐야 하고, 뭘 해결하고 싶어 하는가'다.
결국 좋은 서비스는 만드는 쪽 관점이 아니라 쓰는 쪽 관점에서 출발한다.
마케팅도 똑같다. 광고를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고객이 왜 사는지를 이해하는 게 먼저다. 기획도 새 기능을 추가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사용자가 어떤 답답함을 느끼는지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사실 회사생활 거의 다가 그렇다. 질문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한다. 본질을 놓친 사람은 증상만 고친다. 그래서 난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랑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결국 같다고 본다.
'상대는 왜 이걸 물어봤을까?'
'이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이 서비스를 알리려면?'
이 여러 상황에서 '이 문제의 진짜 뿌리는 뭘까?'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결국 사람의 경쟁력을 만든다고 난 믿는다.
미생을 다시 보니 사회 초년생 때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래서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써본다. 혹시 이글이 취준생뿐만 아니라 회사 다닌 지 얼마 안 된 분들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좋은 밤 되자.





스팸 때문에 댓글을 잠시 닫아두었어요.
운영자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