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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은하수 여행-설악산

ㅈㅈㅎㅅ· 2026.05.28 07:10· 조회 3444
https://gall.dcinside.com/travel/63725 거제도편 https://gall.dcinside.com/travel/63966 고성군편 https://gall.dcinside.com/travel/64151 옥천군편 이쯤되면, 2019년이 별 볼일 적은 해라는 말을 취소해야할 것 같다. 어쩌면 별 볼일이 적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열심히 별을 보러 다녔기 때문에 이렇게 귀한 밤을 만날 수 있는걸지도 모르지만... 상춘정의 여독이 풀리지도 않은 무렵, 오락가락하던 날씨가 반짝 좋아지는 틈을 타서 이번에 간 곳은 설악산이다. 인천고속버스터미널에서 속초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 안. 저 멀리 설악의 울산바위가 보이기에 얼른 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전봇대...반갈죽..... 이래서 사진은 그때그때 확인해봐야한다. 속초고속버스터미널 근처 분식집에서 먹은 치즈돈까스. 요즘들어 뭘 먹고 출사다니면 배불러서 몸도 둔해지는 느낌이고 속도 부대끼는 느낌을 받지만 그래도 등산을 앞둔 상황이라 속을 채우긴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속초시내에서 3-1버스를 타고 델피노종점까지 가서 도보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으나 작년까진 3-1버스가 여러대 있던거 같았는데 올해부턴 하루 두대로 줄어든거 같다.(네이버 지도 결과) 버스시간이 너무 애매한거 같아서 속초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화암사로 갔다. 택시비는 대략 만칠천원정도. 화암사 진입로에서 내려 걷기로 했다. 저 멀리 울산바위의 위엄있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전까지 비가 오다가 반짝 갠 탓인지 습도가 굉장히 높았다. 등산은 시작도 안했는데 땀이 삐질삐질... 다소 안일한 생각으로 손수건을 집에 두고왔다. 심지어 야간에 필요한 헤드램프도 두고와서 터미널 근처에서 싼걸로 샀는데... 화암사 입구 매점에서 4딸...4천원주고 산 손수건. 화암사 입구에서 이 표지판을 따라 성인대로 올라가야한다. 그 전에 목좀 축이고... 마셔도 되는 물이겠지? 안에 있는 동전이 조금 찜찜한데 그렇다고 그냥 올라가면 도중에 찜이되어 죽을거 같았다. 2km면 길다고는 보기 어려운 등산로이고 난이도도 그렇게 높지는 않은 산책로에 가까운 코스지만 이 날씨에 안그래도 땀이 많은 나는 육수를 끊임없이 뽑으며 올라갔다. "아 이 정도면 다 온거 같은데?"를 한 세번쯤 반복하자 나타난 성인대. 와 이 날씨에 카메라 두대,삼각대 두대,간단한 세면도구와 비상식량,물 2L를 지고 여기에 올라와지네. 아직 끝이라곤 안했다. 바위 사이를 조금 더 걸어가야한다. 절경이긴 한데 바람이 심하거나 하면 존내 불안함. 바위 위에서 미끄러지면 시체는 찾을 수 있는것인가. 바위 위 물이 고인 웅덩이에 무당개구리가 서식하고 있다. 형이 왜 여기서 살아? 어쩌다 여기로 흘러들어오게 된건지. 성인대 헬기장(이었던 곳)을 지나 너른 바위끝이 오늘의 포인트다. 이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은하수를 찍을 것이다. 여담으로,울산바위를 찍을 수 있는 포인트는 크게 두곳이 있다. 한곳은 미시령옛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나오는 울산바위 전망대이고 나머지 한곳은 내가 올라온 북설악 성인대. 이 사진이 미시령옛길 울산바위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이다. 울산바위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구도가 나오기 때문에 바위의 웅장한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장점은 도로변 쉼터라서 접근도 쉽고 날씨가 안좋거나 카메라의 문제 건강상의 문제등으로 철수해야할때 안전하고 빠른 철수가 가능하다. 단점은 구도가 딱 이렇게밖에 나오지 않고 공간이 삼각대 4~5대 정도로 조금은 협소하다는 것? 이 성인대 포인트는 산 위쪽에서 비스듬하게 울산바위를 바라보는 구도가 나오기에 울산바위의 입체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장점은 바위 위긴 하지만 나름 넓은 공간이 확보되고 다양한 구도를 잡을 수 있다는 것. 울산바위 외에도 속초시내등의 주변경관이 넓게 확보된다는 것. 단점은 오기가 힘들고 다소 위험하다는 점이 있다. *참고 성인대쪽은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야간산행이 가능하다. 해가 지고, 은은하게 은하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곳 성인대는 내게 나름대로 의미 깊은 곳이다. 은하수 찍으러 여기만 세번을 올랐거든... 첫번째 도전에선 완전히 초행길인데다가 완전히 해가 지고나서 올라왔기 때문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어디가 울산바위인지도 모르겠고 산등성이를 타고넘는 강한 바람이 성인도 휘청거리게 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이 내게 주는 원초적인 공포는 나를 심연으로 집어삼켰고 대자연이 주는 공포에 나는 하산하는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 도전은 낮에 올라가서 시야확보는 되었으나 여전히 강한 바람도 불고 무엇보다 애매하게 구름이 껴있었다. 결국 두번째에서도 나는 아무 소득없이 내려왔다. 그리고 이번이 세번째... 구름이 살짝 끼긴 했으나 일기예보는 희망적이었고 한여름에는 바람이 적게 불지않을까 하는 내 예상도 적중해서 바람도 거의 불지않았다. 물론 바람이 거의 불지않는 탓에 구름이 쉽게 걷히지 않았으나 그래도 버텨보기로 했다. 9시경 하늘이 열리고 은하수도 제법 선명하게 떠올랐다. 좌측의 속초시내 광해가 조금 거슬리긴 하나 무리는 없었다. 그렇게 설악은 세번만에 내게 하늘을 열어주었다. (볼빨간 사춘기-별 보러 갈래?) 오르기가 힘들었던 만큼,성취감 또한 대단했다. 무수히 많은 태초의 빛들이 무수한 세월을 간직한 바위산 위로 내려온다. 산간지역의 날씨는 역시나 매우 즉흥적이고 변화무쌍하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맑게 열려있던 하늘이,어느샌가 솜털이불을 두른 듯이 구름이 껴있다. 이 시점에서 옆에서 사진을 찍던 두분의 진사님들이 하산하셨다. 나는 이제와서 내려가기도 뭐해 그냥 새벽이 올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 순식간에 구름이 꼈듯이 순식간에 구름이 걷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산의 즉흥적인 날씨 변주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울산바위를 꼭 정면에 큼직하게 두는 뷰가 아니더라도 정말 좋은 구도가 많다. 내가 너무 국뽕에 취한건진 모르겠으나 해외의 유명 스팟 그러니까 무슨무슨 캐니언 안부럽다. 그랜드 설악... 세월이 만들어낸 기암괴석 사이로 은은하게 드리우는 은하수. 상춘정의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설악산에 올라서 그런지 쉽게 졸음이 몰려왔다. 바위 뒤쪽의 나름대로 안락한 곳에 캠핑용 의자를 펼치고 앉아서 눈을 붙였다. 일출을 기다리며... 어느새 은하수가 하늘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고 저 멀리 하늘이 붉게 타오른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이번에는 도보로 델피노까지 갈 요량으로 하산했다. 하산 도중에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마시는데... 뭔가 허전해서 보니 캠핑용 의자를 놓고 왔더라. 10만원이 넘는 나름 비싼놈이라 심장이 내려앉아 허겁지겁 다시 올라갔다. 함께 새벽을 보낸 사진사 아저씨 한 분이 날 보며 내 의자를 내밀었다. "이것 때문에 다시 올 줄은 알았지. 다음번에 연이 되면 또 보자구요" 태산을 붉게 물들인 아침햇살만큼이나 따뜻한 말이었다.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 아쉬워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담아본 울산바위. 언제 또 오를 수 있을까? 희미하게 낀 구름이 은은하게 멋스럽다. 다시 산 밑으로 내려와서 화암사를 지나 델피노로 내려가는데 누군가가 차를 몰고 내려오다말고 나를 불렀다. 누군가하고 보니 간밤에 구름이 꼈을때 하산한 사진사 아저씨 둘이었다. 어디까지 가냐고 묻더니 본인들도 속초시내로 가는 길이라며 나를 선뜻 태워줬다. 내가 인천에서 버스타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자 매우 놀라워하시곤 자신들은 부산에서 왔다며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분들은 은하수보다도 그저 산이 좋은지, 설악산에 원래 자주 온다고 한다. 부산에서 설악까지 오는 것도,차가 있을지라도 대단한 일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모두들 탄성을 지르기에 울산바위를 바라보니 어느 노래가사처럼, 울산바위는 구름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저씨들도 나도 조금 더 있다가 내려올걸 하는 탄식을 뱉으며 부랴부랴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었지만 이미 그 절경은 지나간 후였다. 이렇게 삼수만에 원하던 바를 이루고 조금은 아쉽지만 후련한 속을 달래며 부산에서 온 아저씨들과 속초시내에서 아침까지 해결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을 약속하며 나는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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