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장문) 조혈모 기증 후기
오늘 조혈모 기증 끝내고 귀가까지 마쳤으니 진행 과정이랑 느낀 점 써볼까 함
원래 올해 초에 처음 연락을 받고 유전자 검사까지 해서 최종일치 판정 받고 일정 조절을 기다리고 있었음
근데 한 4~5월쯤? 정말 다행히도 환자분이 조혈모이식까지 가기 전에 기존 치료로 회복이 많이 되셔서 기증은 중단하게 됐다고 연락을 받음
뭔가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긴 했는데 어쨌든 이식까지 가기 전에 회복하셨다니깐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슬슬 헌혈이나 다시 해야겠다 생각하던 찰나였는데(조혈모 일치판정 나면 헌혈 자제해달라 하심, 환자 상태에 따라서 일정이 정말 갑자기 잡힐 수도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6월 중순에 다른 환자랑 일치가 떴다고 연락이 왔음
전 환자분이랑 매칭되면서 했던 검사결과상 완전일치라고 하셔서 유전자검사 건너뛰고 되게 금방 진행됐음
원래는 연말? 그쯤에 할 예정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당장 글쓴시점 기준 다음주 일본여행이기도 하고 내년 겨울에도 또 일본을 가가지고 조금 갑작스럽게 기증일정이 잡혔음
그래서 인천 거주인데 가까운 인하대, 가천대 이런곳은 비어있는 곳이 없어가지고 여의도까지 가게 됐음
그래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나쁘지 않아가지고 크게 불편함은 없었음
기증 전 건강검진 결과도 다행히 다 정상으로 나와서 일사천리로 진행됐음
코디네이터님 말로는 어지간해선 다 정상으로 넘어간다고는 하는데 혹시 문제생길까봐 조금 무섭긴 했음 ㅋㅋ;;
그리고 입원 사흘 전부터 근처 병원에서 그라신(조혈모세포촉진제)을 맞아야 했는데 하필 맞는 첫날이 일요일이라서 근처 응급실 가서 맞고 왔음
다행히 나는 그라신 부작용이 거의 없는 편이어서 편하게 쉬면서 지냈던 것 같음
있던 부작용이래봤자 약한 두통이랑 허리 통증정도? 근데 이마저도 받은 타이레놀 먹으니깐 나아졌음
의외로 이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게 병원 관계자분들한테 설명하는 거였음.. 아무래도 갑자기 찾아와서 주사만 좀 놔달라고 하는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니깐
그나마 코디네이터님이 먼저 연락을 해주셔가지고 간략하게는 알고 계시던데 다들 '이런 게 있나?' 싶은 분위기였음
그래도 어찌저찌 사흘간 투여까지 진행하고 병원에 입원함
병실은 기본 1인실 제공이었음
살면서 1인실은 처음 써봤는데 확실히 큰 병원이라 그런지 시설 자체가 꽤 좋더라
방마다 직접 조작 가능한 에어컨 달려있어서 한창 더울때도 시원하게 보냈고 병상 뒤에 있는 아마 보호자침대?가 되게 편안해서 병상보다 저기서 시간을 더 많이 보냈던 것 같음 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병원밥이 맛있었음 나 살면서 병원밥 제대로 다 먹어본게 처음임..
아무튼 코디네이터님이랑 간호사쌤한테 중간중간 설명 들어가면서 첫날에는 엑스레이같은거 촬영했음
그리고 이튿날에 중심정맥관 삽관을 진행했음
안그래도 헌혈할때도 한 팔 겨우 성분헌혈 가능한 정도라서 진작에 병원 처음 갔을때부터 삽관해야겠다고 얘기 듣긴 했었음 ㅋㅋ..
(아래 삽관사진 약혐주의)
수술실 들어가서 삽관부위 국소마취 하고 돌아와서 찍은거
생각한 거랑 꽤 다르게 생겨서 좀 신기했음
삽관시술은 되게 금방 끝남 한 5분? 그정도만에 하고 바로 나와서 지혈했던 것 같음
삽관했을때 가장 불편했던게 팔 올리는게 거의 안됐음.. 어깨 위로 올리려니깐 살이 잡아당겨져서 아프더라고
오른쪽 쇄골에 박았는데 덕분에 오른팔이 봉인당해서 오른손잡이인데 식사를 왼손으로 했음
나는 그나마 왼손으로도 간단한 젓가락질 정도까진 가능해서 크게 불편하진 않았는데 보통은 그렇진 않으니 삽관하는 사람들은 본인 쓰는 팔 반대쪽으로 할 수 있냐고 함 물어보셈.. 나는 진짜 별 생각이 없었어서 예상을 못함
채집실 갈때는 휠체어에 앉아서 직원분들이 데려다주셨음
살면서 휠체어를 이렇게 처음 타볼줄은 몰랐는데 ㅋㅋ;; 겉보기에 사지 멀쩡한 애가 휠체어타고다니니깐 기분이 뭔가뭔가더라
어차피 손 자유로우니 영상이라도 보려고 패드 가져갔는데 조금 보다가 바로 잠들어버림 ㅋㅋㅋㅋ 4시간 조금 넘게 했는데 자다 깨니깐 거의 끝나있더라
근데 그러고 좀 문제가 생긴게 조혈모 채집양이 80%정도라서 조금 모자라다고 하심
이거도 전에 수혜자분이 체격이 좀 있으시고 내가 마른 편이라 2차 채집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는데 결국은 이리되더라.. ㅜ
코디네이터님 말로는 50% 이상만 채집해도 환자분 치료에 사용할 수 있고 1차만 하고 2차는 거절할 수 있다곤 하셨는데 한번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하는게 맞는 것 같아서 2차까지 하겠다고 말씀드림
이게 2차채집이 당일날 바로 하는게 아니라 그라신 한 번 더 맞고 다음날에 진행하는거라 삽관한채로 하루 보내야 하는게 가장 큰 벽이었음
그나마 다행이라면 시간 좀 지나니깐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한다는거?
아무튼 2차 채집은 2시간정도 해서 마치고 코디네이터님이 40%정도 더 받아서 총 120%라고 말씀해주심
이때 처음 안 사실인데 수혜자가 최대 200%까지도 받을 수 있고 많이 받을수록 회복에 더 도움된다고 하더라
이거 듣고 2차까지 하길 잘했다고 생각들었음
그리고 2차채집까지 끝낸 뒤 삽관한거 제거한 후에 지혈 좀 하다 점심먹고 퇴원했음
이거는 기증하고 받은 감사패
다른거보다 이 두 개 받고나니깐 진짜로 뿌듯하더라
수혜자분은 이제 생착단계일텐데 그분도 빨리 쾌유하시면 좋겠네
기증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코디네이터분들이랑 다른 의료진 분들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음
가끔 이상한 코디네이터나 의료진 걸려서 감정 상하는 후기글도 있어서 처음에는 약간 걱정했는데 내 기우였더라
기증해가지고 6달동안 헌혈 밴당해서 진짜 1년간 쉬게 생기긴 했는데 그래도 정말 의미깊은 일 해서 보람찬 것 같음
다른 기증 기다리거나 진행중인 헌붕이들도 화이팅~
출처: 헌혈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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