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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부산 도보여행 후기
1일 44.64km / 2일 34.81km / 3,4일 20.26km / 5일 32.09km / 6일 16.51km / 7일 15.78km / 8,9일 32.95km / 10일 40.56km / 11일 32.66km / 12일 24.12km / 13일 37.31km / 14일 36.87km / 15일 35.39km / 16일 27.10km / 17일 29.78km
총거리 460.83km
경유지가 많다 보니 정확히 지도상에 줄이 그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날그날 걸은 거리를 합쳐봤다.
천리가 넘는구나 싶더니 꽤나 더 걸었다.
한 시간에 평균 4km 가량 걸으면서 어느 세월에 다 걸어갈까 싶었다.
돌아보면 좀 쉬워 보일까 싶지만 부산에 도착해서 걸어온 길을 떠올려봐도 어떻게 걸어왔나 싶다.
나는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생각을 달고 살았다.
하는 일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느낌이 들 때 '아직 나의 전성기가 오지 않은 탓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나의 전성기는 흘러가고 있었다.
생각의 전환점이 된 계기는 김정운 교수의 강의를 듣고 난 후였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괴로워하며 훗날의 행복을 기다려봐도 지금 행복하지 않는 사람은 나중에 행복이 찾아와도 그게 행복인지 모른다."
"생각이 변하면 상황이 변한다. 생각의 전환은 작은 변화이지만 삶이란 연계의 연속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로 점차 모든 것이 변할 것이다."
이후 나는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했다.
낙천적인 성향이 뿌리내리기 시작하자 많은 것이 변했다.
생각이 달라지자 말투, 표정, 눈빛 등등 외향적인 변화가 드러났다.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만나고, 편입 면접, 합격 후 학교생활까지.
즐거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2013 춘천-부산 도보여행은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시험하는 계기였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나의 생각을 온전히 글로 적어 남기는 재주도 얻고 싶고, 매사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지혜도 얻고 싶다.
좋아하는 재즈를 연주하고 싶고, 한 번으로 끝내기 아쉬운 도보여행도 또 가고 싶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금 아르바이트로 매달 버는 돈으로 우선 책 두 권씩을 꼬박꼬박 사서 읽고 있다.
매사 열린 마음으로 다가오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이 작은 노력들이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행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살면서 고독한 순간이 온다.
내가 아닌 외적인 모든 것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그런 순간.
이겨내는 방법은 각자 다르겠지만 내 방법은 이렇다.
나는 내 안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집이 존재한다 생각한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들어올 수 없는 아늑한 집.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언제든 지치지 않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었다.
마음에 집을 쌓는 것은 오로지 혼자만이 할 수 있다.
그것을 쌓는 방법이 책이 될 수도 있고, 사색이 될 수도 있다.
때때로 나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산과 들 속에 홀로 걷는 시간은 기쁨이었고 정진의 시간이었다.
때때로 외로움도 있었다.
하지만 길은 외롭기도 하지만 함께이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게 경적을 울리며 빵빵 거리고 손을 흔들며 응원을 해주었다.
그 소리, 손짓에 헛헛한 마음이 채워졌다.
여행길은 내가 생각한 만큼 쉽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신었던 운동화다.
학교 다니며 아르바이트해봤자 버는 게 얼마 없으니 신발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아 어영부영 해진 신발을 신고 다녔었다.
그때 엄마가 저 신발을 사주셨다.
사이즈가 5mm 작지만 괜찮았다.
하지만 여행길에 신고 간 것은 큰 실수였다.
완주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너덜너덜해진 발을 보고 엄마는 기겁을 했다.
하지만 죽어도 신발 때문이라고 말은 안 했다.
아마 해질 때까지 신을 것 같다.
걸어보니 나는 발목까지 잡아줘야 잘 걷는 것 같다.
다음 여행 때는 꼭 트레킹화를 신고 가야겠다.
마음 같아서는 6월 즈음 장마 시작 전에 땅끝 마을도 가보고 싶다.
하지만 나이도 적지 않고 해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고 갈지 안 갈지 모르는 여행 때문에 지금 하는 일들을 어설프게 하고 싶지는 않다.
앞에 놓은 일부터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나는 느낌을 중요시한다.
길에서 순간순간 다가오는 말과 글로 표현하기 힘든 오묘한 느낌이 좋다.
느낌은 똑같은 것이 없다.
마치 코발트 블루, 다즐링 블루, 로열 블루가 다르듯이 그런 느낌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서 또 어떤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생각만 했을 뿐인데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사진을 후기에 쓸까 고민을 하다 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길에 비는 항상 골치였지만 비가 개면 아름다운 무지개가 떴다.
삶이 이와 같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다.
그것만으로 언제든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모든 것은 본연의 아름다움이 있다.
꾸미지 않는 것, 날것의 멋이 있다.
부디 나에게도 이런 멋이 깃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길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까.
후기 정도 쓸 때면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온전히 글로 옮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써도 만족스럽지 않음에도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언제 다시 만족스러운 글귀를 생각한다 해도 지금의 이 느낌은 다시 오지 않을 테지.
그렇다면 이걸로 마무리하는 것 또한 괜찮겠다 싶다.
어차피 나에게 여행은 좋았다.
이대로 좋았고 저래도 좋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다음 여행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면서 준비하는 느낌이다.
공부하다 쉬는 틈을 타 요즘은 어떤 배낭이 괜찮은가 궁금해서 여행 장비를 검색했고, 체력이 떨어진 탓을 하며 오늘부터 헬스장에 나갔다.
어쩌면 또 길 위에 설지도 모르겠다.
가게 된다면 이번에는 땅끝마을을 가보고 싶다.
최단거리만 잡아도 500km가 넘는데 내 마음대로 가다 보면 더 길어질 것이다.
그 길에는 어떤 느낌이 있을지 궁금하다.
여행기를 쓰며 그때의 느낌을 되살리는 재미도 있었고 새로운 느낌도 느꼈다.
과연 2014에 새로운 여행기를 쓰는 때가 올지는 모르지만 아무대로 좋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나의 삶에 단편 여행기였다.
긴 여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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