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할머니 두 분 떠나실 때 일어난 이상한 일
내가 직접 겪은 거고 거짓 섞여 있지 않아.
이 정도 가지고 뻥칠 이유도 없지.
공포 스토리는 아니니 크게 기대하지 말고.
가족사이니까 댓글은 신경 써서 써줘.
귀신 안 믿지만 뭔가 분명 있긴 하다고 느끼게 한 경험이 있어.
나는 할머니 두 분을 배웅했어.
먼저 외할머니 얘기부터 할게. 내가 정말 어렸을 때라 죽음 개념이 없었는데, 몇몇 장면만 계속 떠올라.
외할머니는 김제 초가집에 계셨어. 뒷간 있고 완전 옛날 집. 화장실 갈 때마다 떨렸어.
여섯 딸과 아들 하나를 두신 할머니는 그곳에서 혼자 사셨고, 외삼촌이 과수원 하면서 따로 살고 있었어.
나이 드니 당뇨랑 치매가 왔어. 정말 심한 치매여서 완전 누워만 계셨어.
그래서 외삼촌 댁으로 모시고 간호받으며 지내고 계셨는데, 12월 31일 우리 부모님이 그곳으로 가기로 했어.
나는 사촌들이랑 뛰어놀다가 밤이 되니 할머니가 나랑 누나더러 같이 자자고 하셨어.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할머니가 우리 엄마를 진짜 이뻐했다고. 철없고 귀여운 막내애라고.
그래서 할머니 침대에 누나는 한쪽, 나는 반대쪽에 누우면서 셋이 잠드는데, 그날 따라 할머니 방에 링겔이 없었대.
다음 아침에 깼는데 집이 울음 바다였어. 나는 이미 다른 곳에 있었어.
1월 1일 아침에 나랑 누나를 두 팔에 안고 가신 거야.
철없는 나랑 사촌형은 계속 킥킥대고 있었는데, 이모들이 다 우는데 뭔가 슬픈 것 같긴 했어.
어른이 되고 들은 얘기는 이래. 12월 말이 되니 갑자기 할머니가 정신을 차리셨대. 치매가 싹 나아갔어.
그리고 온 가족을 모아달라고 하셨고, 다 모였을 때 조용히 마지막 당부를 해주셨대.
임종을 앞두고 꼭 해야 할 말씀들이셨어. 방에서 나온 이모들이 다 눈물 터뜨렸대.
그리고 밤이 되니 나랑 누나랑 자고 싶다고 하신 거야.
아침이 되니 이미 가신 뒤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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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친할머니 이야기야.
충남 서천 시골에 혼자 살고 계셨는데, 팔이 불편하셨어. 빙판에서 넘어져서 한쪽을 못 쓰게 되신 거.
자식들 말 안 듣고 시골에서 혼자 살겠다고 고집을 부리셨어. 아버지가 매주 가셔서 챙기고 다니셨는데.
할머니 성격이 진짜 심했어. 뭘 해드려도 불평하고 지르시고. 나한테는 엄청 좋으셨지만.
어느 순간부터 치매 조짐이 보이셨어. 아버지가 변화를 눈치채고 자주 들락거렸는데, 요양원도 거부하고 화만 내셨어.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꿈을 꾸셨대.
밤중에 시골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할머니가 진짜 심하게 투덜거리고 투정을 부리더래.
아버지가 힘들어하며 챙기고 있을 때 버스가 왔어. 버스 안은 사람으로 꽉 차 있었는데 딱 한 자리만 비어있었대. 두 사람이 앉는 자리였어.
그래서 할머니를 데리고 앉으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안 돼! 앉지 마! 혼자 앉아!"라고 닥쳐 지르더래.
아버지가 뭐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끝내 심술을 부렸어. 결국 아버지는 서서 가게 됐대.
그 다음 장면이 뱅 바뀌어서 할머니 집 거실에 아버지가 서 있더래.
안방 문이 보였고 "할머니를 봬야지" 생각으로 문을 열었는데.
거기 누워있는 게 상상도 못 할 모습이었대.
까만 긴 머리의 여자가 누워있는데, 키가 2미터가 넘었대. 흰 천으로 덮여 있었고, 손발톱이 비정상적으로 길쭉했으며 수의가 입혀져 있더래.
공포에 사로잡힌 아버지가 깨어나셨어.
아침에 바로 할머니 댁에 전화했고, 평소처럼 투덜거리시는 목소리에 안심하셨어.
근데 일을 하는 내내 그 꿈이 계속 떠올랐대.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서천으로 내려갔어.
할머니 집 거실에 가서 그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으셨대.
그리고 안방 문을 열었을 때 할머니가 쓰러져 계셨어.
119 불러서 병원 옮기고, 온 식구를 호출했어.
얼마 후 할머니가 깨어나셨는데.
평소의 괴팍한 할머니가 아니었대.
우리 엄마를 부르더니 온화한 말투로 "너한테 미안했어. 정말 미안해"라고 하셨어.
우리 엄마가 어릴 때부터 얼마나 괴롭혔는데, 그런 말씀이 나올 리가 없었지.
그날 할머니는 편하게 주무셨고, 그 상태에서 떠나가셨어.
노화와 만성 심장병이 원인이셨어.
아버지는 그 꿈 덕분에 부모님 마지막을 제대로 지켜봤다고 생각하셔.
만약 꿈이 없었으면 주말에 가서 시신을 발견했을 텐데, 그 생각만 해도 후회가 컸을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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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다 신기하게 가셨어.
친할머니는 꿈으로, 외할머니는 말씀으로 미리 알리신 것 같았어.
둘 다 자신의 때를 아시는 것처럼 행동하셨고.
난 귀신 같은 건 믿지 않지만,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인간이 알 수 없는 뭔가가 분명히 있을 거란 확신이 떨쳐지지 않아.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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